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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3학년으로서 근황

학교생활

규칙적인 일과

겨울방학 기간동안 인턴 생활을 마친 후 학교로 돌아와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의 생활을 하고 있다.

방학에는 낯선 일과에 적응하지 못해서 불규칙적인 하루를 보냈는데 기숙사에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생활하니 마음이 편하다. 특히 밤을 새지 못하는 점이 좋다. 집에서 자유롭게 있으면 아쉬운 하루에 자꾸 밤을 새게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밤에 전자기기를 제출해야하기도 하고, 기상시간에 일찍 일어나서 활동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시간이 늦으면 다음 날에 일어나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밤을 새면 일시적으로는 더 많은 작업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결국 다음 날 패턴이 무너져서 비효율적이다. 나는 자는 시간에 따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내 취침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더라도 나만의 생활 패턴을 잘 만들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멘토링

이제 DMS나 Repo, Xquare 인프라같은 프로젝트들은 모두 2학년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인계해주었다. (인수인계를 자세히 해주진 못했는데,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헀다면 나한테 찾아왔겠지..?) 이젠 내가 학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이끄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지금의 2학년 친구들도 내가 2학년 때 했던 것처럼 하고자 하는 걸 직접 진행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드 리뷰는 가능한 만큼 계속 하고 있고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고민을 들어줄 때도 있다. 선배님들께 받았던 만큼 베푸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그냥 그 자체로 뿌듯하기도 하다. 백엔드 공부를 한지가 꽤 지나서 백엔드 관련 코드 리뷰 요청이나 질문을 받았을 때 더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는 최대한 같이 고민해서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전공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1학년 친구들 대상으로는 네트워크나 자바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강의 형식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Xquare 인프라에 관심 있는 일부 친구들 대상으로는 도커 설명회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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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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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톤 설명

1학년 친구들이 열정있는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바라봐주니까 뭐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설명한걸 얼마나 이해했는지, 얼마나 기억해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이 개념을 공부할 때 ‘아 그때 저 사람이 설명했던 게 이거구나’ 정도로만 떠올려준다면 좋을 것 같다.

나로서는 설명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그림을 다시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듣는 친구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를 보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다.

남은 학기 동안에도 계속 멘토링을 할 것 같다. 뭐라도 알려줄 수 있을 때 가능한 만큼 알려주고 가고 싶다.

개인적으로 하는 일

개인 시간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곰곰히 고민해보았는데, 시간 투자 대비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없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에 가면 업무를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될 테니, 지금처럼 무직 상태일때는 조금 덜 실용적이더라도 의미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미뤘던 리눅스 관련 공부와 독서를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BPF

리눅스 관련 공부라고 생각하면 너무 광범위해서, 그 중 특히 관심있는 eBPF라는 기술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이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Rust로 eBPF 기술을 사용해서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툴 구현하기’이다. 구현하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기존에 구현되어있는 코드를 많이 읽으면서 공부하고 싶어서 이러한 목표를 잡았다. 지금은 Pyroscope 프로젝트에 있는 Profile 기능을 비슷하게 구현해보고 있다.

달성까지 생각한 기간은 두 달이었는데, 3월부터 지금까지 쭉 했으니까 이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에는 eBPF로 엄청난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큰 꿈을 그리면서 시작했는데,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부딪혀보는 게 처음이라 삽질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달 안에 완성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현재까지 가장 큰 변수는 Rust였다. eBPF를 중심으로 공부하려고 했는데 막상 Rust로 처음 코드를 짜보니까 참조자 빌림에 대해서 적응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내가 익숙한 분야라면 문제가 발생해도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를 대략적으로라도 유추해서 그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해볼 수 있는데, 전혀 몰랐던 분야이다보니 잘못된 곳에 시간을 투자해서 먼 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개념이 있을 때도 그 개념을 얼마나 깊게 짚고 넘어가야할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공부를 하고 나면 ‘이건 지금 내가 하는 것과는 크게 관련이 없겠는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처음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겠지만,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를 하니까 DFS 방식의 순회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다음 Depth의 노드를 탐색하다가 충분히 탐색했다고 느끼면 그제서야 이전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향을 보는 식이라, 결국 충분히 탐색했다는 걸 느끼기 전까지는 다 한 번씩 탐색해보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목표로 잡은 지점까지 남은 길이 어느정도 되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건 (내가 조금 멍청한 방식으로 탐색하고 있더라도) 지금까지 나름 꾸준히 공부하면서 먼 길을 왔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비효율적으로라도 최선을 다해보는 게 안하는 것 보단 무조건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했던 공부 중에 제일 막막하고 힘든데 나름 재미는 있다 ㅋㅋㅋ

아직 1학기가 끝나기까지 2달 넘게 남았으니 갈 수 있는 데 까진 가보고 싶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다시 후회해봐야겠다.

삼국지

미루고 미뤘던 삼국지를 읽고 있다. 침착맨 애청자(?)여서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삼국지에 관련된 비유나 글을 보면서 언젠간 삼국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최근에 『사마의 평전』『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를 가볍게 읽어보니 전체 내용을 꼭 봐야겠다 싶어서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10권 중에 2권까지 읽었는데, 내용으로 치면 동탁이 죽어서 이각과 곽사가 정권을 잡는 시기까지 왔다. 여러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재밌다. 아직 인물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기엔 아직 못 읽은 내용이 많아서 여기에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이건 나중에 독후감으로 따로 한 번 써보고 싶다.

삼국지는 중국의 실제 역사인 정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창작과 해석본이 존재하는 분야인 것 같다. 일단 삼국지 연의부터 역사적 내용을 재구성한 소설이고, 나머지 책들도 서술하는 관점에 맞게 정사나 연의의 내용을 차용해서 새로 조합한 창작물이다. 그래서 궁금한 내용을 검색해보면 ‘정사는 이렇고, 연의는 이런데 여기는 이렇게 해석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하는 식으로 여러 해석을 고려해서 진심으로 탐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사건이라도 복합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자하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다.

한국사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없는데 중국의 역사를 이렇게 재밌게 찾아보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역사인지를 떠나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독서 주제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동안 틈틈이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마무리

지난 고등학교 생활동안 작성한 회고들은 항상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용이 주였는데, 이번에는 요즘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작성했다. 확실히 요즘에는 1, 2학년 때에 비해서 압박감을 덜 가지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압박감을 덜 받는다고 해서 열심히 살고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이전보다 해이해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여유롭다는 이유로 시간을 조금씩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목표를 세우고 나름 의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큰 책임감과 긴장을 가지고 몰입할 일이 있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만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눈 앞에 닥치는대로 경험했던 것들을 조금 더 먼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그런 일들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멘토링이나 리눅스 공부, 삼국지 읽기 등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게 그냥 그럴듯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일단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남은 1학기 동안에도 열심히 알찬 시간을 보내고 싶다.
1학기 기간을 끝까지 잘 보내었는가에 대해선 7월이 되고 나서 다시 돌아봐야겠다.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