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담론은 신영복이 교수로서 마지막으로 했던 강의의 내용을 풀어서 적어놓은 책인데, 동양 고전을 읽으며 그 이야기와 내용을 설명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동양 고전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뻔한 말일 것 같은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선입견과는 다르게 삶의 근처로 따듯하게 다가와 큰 울림을 줬다. 단순히 지루하게 읊고 이것은 이러한 뜻이다- 하며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과 그에 대한 신영복의 생각, 경험을 함께 친근하게 이야기해준다. 때문에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재밌고 몰입이 잘 된다. 그리고 내용이 고전이기도 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분이 생각이 깊으시기도해서,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하며 더 오랜기간 살았던 사람들의 연륜과 지혜를 전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하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영복이 감옥에서 만났던 어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할아버지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인정받고 잘 섞이지 못했으나, 처음 들어온 사람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걸며 친해지려했다 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자신이 옛날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매번 설명을 해준다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내용은 자신이 더 멋진 모습으로 비춰지도록 조금씩 왜곡된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화려한 무용담을 꾸며내고픈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단순히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신용복은 그 할아버지가 원하는 이상향에 비해 현실이 왜곡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현실은 생각보다 왜곡될 때가 많다. 주변의 상황에 의해서 행위가 제한되거나, 감정에 의한 충동이 일어나거나 하는 이유로 세상 일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 하면 당연히 현실의 상황이 진짜라고 말하는게 맞겠지만 내 마음속의 바른 길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엄청난 결론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의 왜곡되지 않은 길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의 길이 현실과 달라진 사람들을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없이 살다보면 잊기 쉬운 것들을 넓은 시야로 성찰하는 책인 것 같다. 정말 인상깊게 읽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두고두고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