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지성적 회심

신은 정말로 존재할까? 왜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존재를 숭배하고 신앙하는걸까? 과학적으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허구에 종교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곳에 빠져드는 것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가상의 전지전능한 신은 우리 인생과 전혀 상관이 없고, 현실을 알아가는데 신학은 불필요한 요소인 것만 같다. 『지성적 회심』의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또한, 젊은 시절에 “신학은 의미없는 학문이고,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결국 무신론에 도달하게된다”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나 맥그래스는 과학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회심하였다. 그가 완강한 무신론자에서부터 신학을 받아들이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이 책에서 자전적으로 풀어낸다.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말하는 신학의 의의는 과학의 불완전함을 보충해주는 것에 있다. 과학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이 옭고 그른 행동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지는 설명할 수 없으므로, 그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종교라는 것이다. “우리의 속깊은 욕구와 갈망과 열망을 함께 엮어주는 그런 삶을 영위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실재에 대한 장대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신학은 단순하게 과학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영혼을 달래는 매개체로서의 존재이다. 종교는 감정, 그리고 삶의 가치와 같은 인생의 추상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의 구체적인 이상향을 정의한다. 우리가 인생을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불확실성을 묘사하여 세상의 이치와 섭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가상의 존재인 ‘신’을 통해서 그것을 형상화하고 삶에 가까이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종교가 새로운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지금까지는 과학적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절대적인 진리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우리의 삶속에서, 신학도 과학 학 못지않은 자신만의 의미를 새겨나갈 수 있는 거 아닐까? 과학, 그리고 신학은 서로 상충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 뿐인 것 같다. 과학과 종교의 공존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