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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실격당한 요조의 이야기이다. 요조는 서로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그들의 위선을 경멸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익살꾼을 연기한다. 익살꾼으로 살아가는 요조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는 아이’라는 평판을 받을 정도로 능숙했다. 그러한 연기에 재능이 있었던 요조지만 사람을 완벽히 속이지는 못했고, 때론 가면을 벗고 다른사람에게 진심을 터놓기도 했다. 하지만 요조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요조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요조는 마음의 문을 더 굳게 잠근 채로 불건전한 것들에 의지하게 되었다. 유쾌한 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결국에는 붕괴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평생을 혼자 독립하지 못한채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술집에나 들락거리고, 기어코 마약에까지 손을 대가며 인생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요조의 모습은 절대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저 정직하게 살아가려 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가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을때,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런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요조가 자신의 생각을 마음에 담아놓고 억지로 익살꾼의 탈을 쓴 상태로 평생을 살았다면 인생이 좀 더 윤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요조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오직 가식만을 보여주며 매끄러운 이미지로 비춰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요조의 모습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며 좀 더 나은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우리의 삶 속에서 본인을 완전히 표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고,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아를 실현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중에서 요조도, ‘도깨비 그림’을 그리면서 내면의 모습을 드러냈고 본인으로서 살아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가는것이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책에서 요조가 찾지 못한 인생의 다른 즐거움들을 찾고싶다.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