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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말테의 수기는 고독하고 낭만적인 시인 릴케가 남긴 유일한 소설로 1902년 ‘로댕 연구’ 라는 로댕의 전기 작업을 위해 파리로 간 뒤 화려한 도시 이면에 도사린 파리에서 받은 암울인상과 고독한 인상과 고독한 일상을 글로 옮겨낸 것이다. 파리의 풍경, 유년시절의 회상, 내면의 불안과 동요, 자기성찰, 신앙과 종교, 질변과 빈곤, 편지와 시, 역사와 예술 등 끝없이 이어지는 주제들을 담고있고, 문체는 독백에 가까운 일기 형식을 띤다.

브리게의 생각은 끝없이 이어진다. 또한 문체와 내용은 어둡고 암울하다. 책의 전반부에서부터 계속해서 죽음과 병원, 질병,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브리게는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다 짜여진 하나의 삶을 찾아 기성복처럼 그것을 걸치기만 하면 된다”며 인생을 무의미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내가 나 자신을 배반할 것 같은, 내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말해버릴 것 같은 불안, 그러나 모든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아무것도 말할 수 없으리라는 불한, 그리고 다른 불안, 불안들이…”라며 고독과 불안, 고총에 대해 서술하기도 한다.

말테는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러한 도시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다, 허름한 다락방으로 돌아와 글을 쓴다. “이 젊고 하잘것없는 외국인, 브리게는 6층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밤이나, 낮이나, 그렇다. 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라고 스스로 말하기도 했다. 말테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정적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행동이었다. 불안과 고독을 피하기 위해 겨우 글을 써내리는 말테의 모습을 보면 그의 감정이 나에게 와닿는 느낌이 든다. 큰 사건이나,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잔잔한 우울감이 스며든다.

파리에서 방황하는 말테는 우울한 상황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말테는 끝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하지만, 눈에 띄는 해결방법을 찾지는 못한다. 그저 그 문제에 대한 생각, 생각, 생각, 생각뿐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릴케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 시에서는 ‘마음 속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게 인내’를 가져야하며, 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그 문제들속에 살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면 해답속에 들어와있을 거라고 말이다.

말테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우울과 왠지모를 무력감 또한, 그 속에 살아가는 것만이 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케가 한 것 처럼, 그 속에서 생각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말테도 뭔가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문제속에 살고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