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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가정 속, 밝은 세계에서 살던 싱클레어는 우연한 계기로 어두운 세계에 물들어버린다. 하지만 그는 데미안이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 두 세계가 마냥 구분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 하는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운명을 방황하며 찾아간다. 이 작품에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고민에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거의 우상과 같은 인물이다. 싱클레어가 크로머 때문에 곤경에 처했을 때도 그걸 알아채서 도와주기도 하고, 엄청난 고뇌에 빠져있는 그에게 마침 딱 적절하게 나타나서 의미심장한 (그러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말을 남기고 가기도 하는 등, 싱클레어의 삶을 정말 말 그대로 ‘구원’해주기 위해서 나타난 것만 같다.

싱클레어가 평화로움이 보장되는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고 위험한 곳으로 나아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의 내면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생각들은, 사실 모든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생각들이다. 물론 싱클레어의 경우처럼 완전히 보호받으면서 자라지 않았거나, 그 ‘어두운 세계’에 대해 그렇게 경멸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수는 있지만, 본인의 가치관과 다른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의 충격은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세계를 내심으로는 원하고 있고 그런 걸 좀 즐기기는 하지만, 본인이 모든 부분에서 밝고 모범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엄청난 일탈을 하면서도 계속 불안감을 느끼는 싱클레어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렇게 모순적 이어 보일 수가 없는데, 본인의 신념이 무너지는 과정에서는 그런 뻘짓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데미안의 도움도 받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한 싱클레어는 다시 데미안을 만나서 잘 살게 된다. 그리고 싱클레어가 우상으로 봤던 데미안의 모습을 닮아가며, 진리를 깨닫는다. 이 《데미안》이라는 책을 중학교 1학년때 읽고 3년만에 다시 읽는데, 확실히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저번에 읽었을때보다 더 내용이 이해가 잘되고 문장들이 마음에 더 와닿는 느낌이랄까. 데미안이 명작이라고 추앙받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근데 솔직히 싱클레어가 결론적으로 뭘 깨달은건진 아직 모르겠다. 3년후에 다시 읽을땐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