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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DMS 리더 회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는 내가 못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팀원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가 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책임을 다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모습에서 내가 배워야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DMS를 좋은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 목소리를 기꺼이 열심히 내주는 팀원들이 있으니까 기획하고, 계획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도 재밌었다.

그런데 프로젝트 상황이 안좋아질수록 팀 내부에서 많은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문제가 일어났던 주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세히 돌이켜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유형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고찰이므로 남 탓을 하기 위한 의도는 없음을 미리 밝힌다.

생각하는 걸 다른 팀원들에게 설득하기보다 감정적인 불평이 먼저 나가서 다른 팀원들과 감정의 골을 크게 만드는 친구가 있었고, 중요한 때 중요한 일을 안하고 변명하기 바쁜 친구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행동은 다른 팀원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가벼운 말로 팀원에게 지적하는 건 쉽지만, 효과도 없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런 친구들도 당연히 일부러 프로젝트를 망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던 건 아닐테고, 그런 게 몸에 뱄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들이었을 거다. 진지하게 불편한 부분에 관해 얘기하기엔 내 판단이 맞는지 확신이 없었고, 지적할 만한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리더니까 중립을 지향해야하고 단지 내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지적하는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고도 생각했었다. 어차피 계속해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팀원이기에 다음에는 안그럴거라고 믿는 게 가장 낫다고 생각했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단지, 그런 일에 일일이 반응하기에 내 감정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편하기 위한 길을 선택했던 것 뿐이다. 팀원의 행동이 프로젝트 진행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진지하게 불편함을 얘기하고 대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나는 하나의 의견으로서의 피드백을 팀원들에게 더욱 더 제시해야 했던 것 같다. 더욱 더 솔직한 대화를 많이 나눠야했던 것 같다.

다른 친구가 생각하고 말하길 기다리기보단 주로 자기 주장을 강하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물론 누군가 그 주장에 반박한다면 그에 대해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팀원들이 주장에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똑같이 결론을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팀원 개인은 그 선택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했을 수도 있고, 별 의견 없었는데 듣다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 해도 상관 없을 수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이지만 결론이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주장이 무조건 옳고 바른 주장인 것은 아니기에, “반대하는 의견”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건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었던 이유는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섬세하게 신경써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주장을 하는게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러한 주장이 소수의 의견을 암묵적으로 묵살하는 어투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문제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적당한 식으로 굴러가던 우리팀은 팀 외/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때 모두가 무기력하게 중립으로 남아있었다. 팀이 팀으로서 시너지를 내려면 각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팀의 활기가 줄어들었다. 그런 행동들이 쌓이면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하는 사람의 수가 전보다 적어졌고, 프로젝트에 대한 팀 전체의 열정이 전보다 덜해졌다.

우리 팀이 불안정했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팀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는 팀원이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 친구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팀원이 문제일까? 아니면 그런 것들을 그냥 지켜보면서 조용한 스탠스를 취하는 팀원이 문제일까?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하지만 큰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조정하지 못한 리더의 잘못일까? 아니면 프로젝트 상황이 안좋았던 외부적인 요인이 영향을 끼친걸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큰 문제가 되었을 확률이 높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팀원들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착각했고 우리 팀이 잘 굴러간다고 착각했었다. 좋게 좋게 생각하고 싶었다. 팀 전체를 보는 능력이 부족했다. 만약에 단기적으로 하고 끝내는 프로젝트였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고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외부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자, 그게 발화점이 되어 곪아있던 내부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DMS로서 하고싶었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끄트머리에 매달려서 팀윈 모두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성취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컨택에는 나의 마지막 노력과 미련만이 남아있었다. 그 이후에는 나도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다.

정말 힘든 프로젝트였다. 나와 친구들과 팀원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사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팀을 리딩하는게 어려운 이유는,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 각자가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틀렸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항상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합리화를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피드백을 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피드백을 듣는 사람은 잘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친구들이 보기엔 나도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아직 노력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도 나에겐 피드백이 되었다. 내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꽤 자세히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겉에서 많이 관찰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생각을 해도 해도 답이 안나오지만 그래도 생각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발생하는 팀간의 갈등과 문제도 그런 부류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이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교훈에 대해 잘 되새기며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팅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