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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쓴 일기장

이 글에서는 내가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썼던 일기장 내용을 되돌아볼 것이다. 학교에서 전자기기 제출 후 자기 전 시간에 조금씩 썼던 일기들이다. 일기장으로만 가지고 있으면 자주 안 읽을 거고,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블로그 상에 더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학교 얘기도 많고 개인적인 얘기도 많은데 모든 컨텍스트를 다 설명하려면 책을 하나 집필하는 게 나을 정도로 엄청난 분량이기 때문에 그냥 적혀있는대로 읽고, 생각나는 것들만 부연설명을 조금씩 붙여보겠다.

진짜 진짜 개인적이고 솔직한 일기들이라서 이 글에 2023년 내가 했던 생각의 9할은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일 뿐이므로 공개적으로 정리해도 아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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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록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너무 의미없이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2022년 말 충동적으로 일기장을 구매했다.

매일 쓰는 게 목표였지만, 책을 읽고 싶거나 졸린 날에는 몇 번씩 건너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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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해서 처음으로 지냈던 1년은 정말 알차고 긴 시간이었다. 진로와 전공에 대해 더 자세히 고민할 수 있게 되어서, 이 때 미래를 위한 다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때 좋은 소식이 있어서 조금 신나있었나보다. 잠이 몰려오기 직전 심신미약 상태로 일기를 썼기 때문에, 찬란한 미래.. 이런 재밌는 어휘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래 머리가 복잡해지는 상황이 오면 종종 저런 추상적인 다짐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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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S 동아리장이 정해질 시기가 와서 내가 동아리장이나 리더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많이 고민했었다. 나는 친화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친구들을 잘 이끄는 편도 아니라서 그냥 포기할까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도전했었고 동아리장으로 뽑힐 수 있었다. 결국 이때 DMS 동아리장을 했던 선택은 나에게 정말 좋은 경험과 교훈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데브옵스로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었다. 툴과 기술을 공부하는 것 보다 백엔드 코드를 짜고 관련된 기술을 공부하는 데 더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밑의 일기들에서도 백엔드 공부했던 내용들이 언급될 것이다. 그리고 뭐였는진 모르겠지만 뭔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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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에서 방학기간동안 백엔드로 잠시 일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셔서 이날 저녁에 화상 면접을 봤었다.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던 기업이었는데 면접도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되어서 많이 들떠있었다.

기분이 진짜 좋았나보다 ㅋㅋㅋㅋㅋㅋ 이때만큼은 아니지만 면접을 재밌게 생각하는 건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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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를 앞두고 기분이 적나라하게 안 좋았던 모습이다. 나는 시험 직전에 긴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 16일에는 어떤 바람이 들어서 저런 글을 썼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17일에 써놓은 내용은 올해도 매번 시험 공부를 하면서 느낀 기분이다. 시험 90점 정도를 맞을 수 있을 정도까지 공부하는 건 재밌고 쉽지만 그 이상의 점수를 확실하게 얻기 위해선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공부해야하는데 시험만을 위해서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건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12월 17일 일기의 두 번째 항목은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인데 실명 언급이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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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는 시험을 안보는 대안학교를 다녀서 부담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시험을 계속 잘봐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공부하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강박을 많이 내려놓고, 성적에 있어서는 포기해도 되는 적정선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때 한 과목빼고 다 1등급이었다. 힘들어서 결과가 좋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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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난 후엔 REPO를 위해 mongoDB 공부를 했었다. 재밌음과 힘듦 사이를 항상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딩 싫다는 얘기는 가끔 일기장에만 이런 식으로 쓴다. 근데 진짜로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매번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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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에서 프로젝트 진행하는 내용을 천천히 인수인계받으면서 동아리장의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잘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부터 체력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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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레포가 엔트리와 분리된다는 얘기가 나와서 많이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레포와 엔트리 중에 레포를 개발하는 게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근본있는 동아리인 엔트리의 품을 벗어나는 리스크는 꽤 크다고 느껴졌다. 학교 지원이 차이나면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선배들이 벌려놓은 프로젝트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동아리가 분리된다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나 싶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지원을 받으면서 프로젝트를 재밌게 진행할 수 있었기에 좋았다. 1월 12일에 방학식을 한 후.. 면접봤던 기업에서 백엔드로서 인턴 비스무리하게 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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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정말 하루종일 회사 코드와 문서만 들여다보며 열심히 공부했었다. 정말 재밌게 열심히 했었다. 이때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새록새록 난다.. 마음이 해이해지면 다시 이때처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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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기간에 개인 공부도 너무 재밌게 했고, 회사에서도 맡겨진 과제를 나름 잘 수행하고 있었지만 너무 나 혼자만 공부하며 보내는 시간이 기니까 점점 고립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맡은 책임들을 잘 수행하려면 협업하는 능력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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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뜬금없지만 중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에 대한 생각을 적어놨었다. 중학교 땐 뭐 딴거 걱정할 것도 없었고.. 친구관계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을 정말 선명하게 몸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그 때만 느낄 수 있는 상황과 감정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지금은 저 일기를 쓸 당시보다 그때로부터 더 멀어졌는데.. 일단 내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후로는 한참 일기를 안 쓰다가 개학 한 후에 머리아픈 사건이 생길 때 마다 띄엄띄엄 적었다.

일단 개학 한 후 가장 머리아팠던 사건은 DMS VS Xquare로 투표해서 진 사건인데 이때 썼던 일기에는 욕이 적혀있어서 올릴 수가 없다.

Xquare에서 앱과 서비스들을 오픈소스로 운영하겠다고 주장하는거 솔직히 이룰 수 없는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Xquare 애들이 그걸 위한 작업과 문서화를 해줬다면 가능했겠지만, 결국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Xquare 인프라말고 저 때의 Xquare는 선배들의 힘만 너무 가해진 상태였던 것 같다.

내가 DMS라서 Xquare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건 있다. 그래서 저때 일기장에 Xquare가 이해 안 간다는 얘기도 많이 써놨고 앞으로 DMS 외부 컨택 프로젝트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얘기도 많이 써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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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코로나 걸림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좀 덜 아프면 밀린 일을 해놓고 진짜 아플 땐 잠을 미친듯이 잤다. 죄책감 없이 본능에 충실할 수 있는 삶..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2. 프로젝트 열심히 함 1학기때 REPO랑 DMS에 모든 시간을 바쳤다. 둘 다 신나게 리팩했다. 이때부터 DMS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전에서 팀으로 뭔가를 할 때는 내가 의견 주장이 제일 강한 경우가 많았는데 DMS엔 나보다 목소리 더 큰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내 의견이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사실 잘 납득할 수 없어서 속상하기도 했다.

유성구청 한다는 것도 진짜 속상했다.. DMS 하면서 내 맘대로 안되는 게 많아서 속상했던 기억이 많다. 그렇다고 하나하나에 흔들렸던 건 아니고 강제로 내 의견을 막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고 생각한다)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해야하고 인정하지 않을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 그 중간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회의 진행할 때 마다 힘들었는데 코딩을 미친듯이 많이하면서 그런 힘든 점을 잊으려고 했던 것도 있다. 뒤에 있는 일기에서도 계속 속상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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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S로 뭔가를 해내고 싶었는데.. 그게 공동의 목표가 아니게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고집을 부리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복합적으로 생각하고자 했는데 나는 다양한 의견 사이에서 결정하는 역할을 잘 못했다. 어떤 부분에선 단호하게 방향을 제시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지금 내가 다시 돌아가도 그때보다 엄청 더 잘 할 자신은 없다. 백엔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이 때 정점을 찍었던 것 같은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도피성으로 집착한 게 있다보니 점점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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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도 열심히 했었고 DMS도 열심히 했었다.

동신과고 거절당한 후에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어려운 거 아는데.. 그래도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다른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가진 희망이 아닌 애들을 설득할 만큼의 낙관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나 혼자만 의심해도 극복하기 힘든데 팀원들도 다 불안해했다. 이 때 다 마음이 좋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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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었다. 내가 대기업을 안 가봐서 모르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냥 스타트업이 나한텐 아직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건 3학년 때 취업 전에 좀 더 생각해서 정리해봐야겠다. 아니면 취업하고 정리해도 괜찮겠다. 그리고 DMS 어떻게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다른 애들이 생각하는 방향이랑 조금씩 계속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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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지쳤었다.

애들이 이것저것 주장할 때 머릿속에서 뭐가 더 괜찮은 방향인지 계산이 안됐다. 내가 계산하려고 했던 방향은 다른 팀원들한테 계속 반대당했고..ㅎ 회의할 때 의견 잘 안내고, 중요한 안건 토의해도 조용히 있는 애들을 좋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가면 갈수록 내가 그러고 있었다. 좀 많이 힘들었나보다.

근데.. 진짜로 힘들었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이 두렵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일기를 쓰기 좀 전부터 DMS는 내 맘속에서 반쯤 포기상태였고 7월 쯤 Xquare DevOps 구축을 시작했다. 그냥 나는 내가 갈 길을 찾겠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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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DevOps 공부를 열심히 했다. 1학기 때 프로젝트에서 의견 갈등을 겪으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코딩에 광적으로 집착했을 때보다 더 막 빡세게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거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뭔가 계속 할 만 한 동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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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간고사때 시험공부를 해야하는 시기가 오니까 또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다. 시험 공부는 하기 싫은데, 공부 안하는 만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었다.

그러다가 진짜 인상깊은 챕터가 있었다.

기계로 효율화 하여 돈을 더 버는건 잠깐일 뿐, 결국 물건의 시장 가치도 함께 낮아지면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노동 자체를 숭고히 여길 줄 알아야한다. 생산성이 높은 상태가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이전보다 생산성에 발전이 이뤄지는 그 순간에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내가 기존에 어렴풋이 가졌던 인식과 정반대이면서 설득력있는 주장이었다. 이 내용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생각해줄 것 같고, 더 객관적인 이치에 대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냅다 정리해서 링크드인에 을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좋은 내용의 댓글도 많이 달아주셔서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다. 중간고사 공부 안한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난 후로는 겨울인턴 준비를 하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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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 순간이 번아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12월 초에 겨울인턴을 두 회사 중 어디에 지원할지 엄청 고민했었다. 일단 데브옵스 포지션으로 지원하였고, 고민했던 두 회사 모두 스타트업이긴 한데 첫 번째 회사는 작년 겨울방학에 백엔드로 잠깐 있었던 회사고 두 번째 회사는 같은 학교 선배님께 추천받은 회사이다. 두 번째 회사는 회사 규모에 비해 데브옵스 인원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내가 신입으로서 그 곳에 가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근데 그만큼 재밌는 환경에서 재밌는 것들을 만들 수 있는 회사인 것 같았다. 근데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 나 혼자 짐작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두 번째 회사 CTO님께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내서 커피챗을 했었다. 그 때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고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걱정했던 부분과는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고, 내 생각보다 더 재밌게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데브옵스’에 대해 정의하는 범위의 차이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회사의 데브옵스는 그냥 클라우드 리소스, CI/CD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개발과 운영 사이 간극에 있는 것들을 담당하는 것 같다. 좁은 범위로 본다면 데브옵스 팀 인원이 많을 필요가 없고 그 역할을 BE나 FE가 나누어 가져가도 되는데 채용 조건이나 조직 상황에 맞게 조정해서 데브옵스를 크게 정의하는 전략으로 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이 얘기를 전부터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야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데브옵스다운 일와 데브옵스답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지만 나는 아직 거의 무색무취의 단계인 것 같다. 나는 완전히 데브옵스 엔지니어인 상태가 아니다.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데 내가 아는 선택지 중 가장 괜찮은 게 데브옵스였을 뿐… 암튼 그래서 두 번째 회사에 가기로 마음을 다졌고, 면접을 봐서 합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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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하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이 즈음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건 내가 아직 경험해본 게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시야에서 나름 좋은 선택을 하려고 하지만, 나의 시야가 좁으니 그 나름 좋은 선택이라는 것도 전체로 봤을 때는 한참 못미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만 많이하는 것 보다는 그냥 열려있는 태도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걸 잘 받아들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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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턴을 가기 전에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 게 맞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일단 면접에서 붙었다는 건 긍정적으로 봐주셨기 때문일건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그렇게 괜찮지 않은 것 같아서 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인턴으로 다니고 있는 지금도 혼란스럽다.

벌써 인턴 6주 중 5주가 지나갔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누군가 마이크로 매니징 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 그렇게 해도 내가 순순히 따르지 않겠지. 이 회사에 인턴을 지원하는 게 좋은 선택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그 고민이 해소되었다기보단,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없으면서 괜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냥 좋은진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근데 나쁘지 않은 정도로 지내도 괜찮은지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다. 인턴 기간을 지내면서 느꼈던 점은 인턴이 끝난 후에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아무튼.. 그동안 나름 알찬 학교생활을 한 것 같다. 벌써 학교에서 있을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혼란스럽고 힘들다는 생각을 거의 항상 하는데, 그 속에서 꾸준히 해오는 습관들과 가끔 충동적으로 내리는 선택들이 나를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뭐를 했든 나중에 돌아보면 아름답고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래 산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너무 궁금한데 짧게 산 지금의 나는 눈 앞에 보이는 게 너무 적다. 보여도 잘 분간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지나가는 개도 모른다. 그냥 버티면 시간이 답해주겠지. 릴케가 그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동안 잘 버텨봐야겠다. 버티는 동안 잘 살아야하는건가? 그냥 시간을 잘 쓰면서 열심히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