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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서문에서 자꾸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오래서 찾아본 쇼펜하우어 입문서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의 내용을 상세히 풀어낸 책이었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그가 남긴 명언이다. 현실세계는 모두 신기루이자 허상이고, 아무런 실재성이 없으며, 모든 시간적 존재는 언젠간 사멸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우리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다. 순간의 행복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모든 만남은 지속을 추구하지만, 이별을 운명으로 한다. 그리고 그게 끝나는 순간 현재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속에 존재하는 모든것은 무한한 과거의 연속일 뿐이다.

허나 세상이 그렇게 무의미한것이라면 살아야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 답은 바로 끝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의지로부터의 탈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외부의 세계와 관련없는 내면의 세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왜냐하면 삶 전체의 근본적인 것은 모두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각기 다르며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각기 다르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세계에서는 본인의 내면에서 나오는 각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말인 즉슨, 외적인 세계와 내면의 세계는 구분되어있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불행한 일이 닥친다고 해도 단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위안삼을 수 있다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가 얘기하고자 했던 내용은 역설적으로 삶의 즐거움이었다.

쇼펜하우어는 행복하기 위해선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본능적인 욕망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사색하여 정신적 세계를 넓혀나가는 것이 의미있는 인생을 찾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독서가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생각과 사색이란, 자신만의 지혜와 정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삶을 동물과 다른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에서 시작되는 사상과 진리에서 시작되는 깨달음”이라고 그는 강하게 주장한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자신만의 주체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엔 맹목적인 삶의 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신적 고양 활동을 통해 인식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 바로 쇼펜하우어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쇼펜하우어 사상의 밑바탕은 염세주의지만, 오히려 염세적인 자세에서부터 인생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통스러운 세상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게 최종적인 결론이었다.

쇼펜하우어도 그냥 공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음엔 칸트가 쓴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