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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본인이 ‘쓸데없는 존재로서 실존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존재에 대하여 고찰하는 주인공의 여정이다. 주인공은 모든 존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깊을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감정을 구토감으로써 느끼게 되며, 그 과정에서의 다양한 생각과 심리 변화들이 아주 상세하게 표현되어있다. 이 ‘구토’라는 작품은 사르트르가 가지고 있던 실존주의 철학과 사상이 문학으로 형상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스토리는 주인공이 떠올리는 철학적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문학이라기보다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책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주인공인 로캉탱이 안니를 만나 대화하는 부분이었다. 로캉탱을 만난 안니는, 그가 본인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한다. 안니는 늘 ‘완전한 순간’을 추구했다. 즉, ‘일상을 벗어난 특권적인 상태에 이른 어떤 한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감정과 상태를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순간’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니는 어느 순간 그 ‘완전한 순간’이란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느끼고 싶은 감정에 얽매이는 순간, 그 감정은 존재하지 않고 완벽한 순간이어야 하는 그 시간은 그저 평소와 똑같은 순간중 하나가 된다. 모든 생명체는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살고있기 때문에 과거의 완벽한 순간이 현재에 재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안니가 느끼는 이런 경험이 마치, 내가 어떤 계획을 세워 실행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획을 세울때, 그 시간에 어떤 행동을 해야하고, 어떤 결과가 나와야하고, 이러한 느낌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지 상상한다. 하지만 막상 그 때에 오면 계획했던 기분과 상황은 적용되지 않고, 그저 지나가는 시간만이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계획했던 그 순간은 없었고, 그저 흐름에 따라 정해진 지금, 그 시간만이 존재했다.

우연히 생겨나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구토감을 느끼던 로캉탱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무의미와 우연성속에 놓인 존재에 선택을 통해 필연성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내가 상상하던 완벽한 것과 다른 것이라고 해도 그 속에 생각, 사상, 창작 이유와 의미가 담겨있다면 그것은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나도 앞으로 우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