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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의 글을 처음 읽었던 것은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라는 책이었다. 글을 쓰는 여러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쓰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쓴 짧막한 수필을 모은 책이다. 이 분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렇게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필체가 다소 거칠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괜히 쿨한 척 쓰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읽은 글이 아니었기에 그냥 이런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글을 읽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를 듣고 언니네 이발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이 생긴 이유가 보컬과 연주가 좋아서인지, 앨범의 주제에 공감해서인지 하나만 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노래의 분위기나 소리가 그냥 좋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앨범 설명에서 『구토』의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석원의 인터뷰도 무진장 많이 찾아봤고, 『보통의 존재』라는 책도 읽어보았다. 책에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생각들도 있었고, 글쓰기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를 다시 읽어보니 다른 기분이 들었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되고, 이석원이 음악적으로든 문학적으로든 어떤 작품을 만들어왔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읽으니 그 글의 기반이 되는 감정이 뭔지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실 강박이 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스스로 많이 고통받는다는 언급도 많이하시고, 그런 부분을 안 좋게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더 좋은 방식으로 표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전달한다는 것 때문에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본인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집어든 사람들이 선입견 없이 글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좋아하신다던데, 나는 그런 면에서 불순한 독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의 글만 읽었을 때 보다는 복합적인 모습을 봤을 때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책 자체의 내용에서 생각할 부분도 몇몇 있었지만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읽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책에 어떤 구절이 있었고 이런 부분에서 공감되었다하는 식으로 인상적이었던 단편적인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작가님의 의도에 반하는 것 같아서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본 이분의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정보를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5집 발매 인터뷰 1

https://kharismania.tistory.com/entry/언니네-이발관-이석원-인터뷰

  • Q. 음악을 시작한 경위는 사실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드라마틱했다.
    좀 만화 같지. (웃음)

    Q. 가상의 밴드 이름을 내걸고 PC통신 게시판에 글을 쓰고, 이를 통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다시 한번 그 거짓 밴드 이름을 언급했고, 결국 그 거짓 이름이 진짜 밴드의 이름이 됐다. 그 당시 밴드 이름을 내걸었을 때 진짜 밴드를 할 것이란 생각이나 했나?
    전혀, 상상도 못했다. 시작하고서도 얼떨떨했다. 앨범을 낼 거란 상상도 못했고. 내 인생이 좀 만화 같다. 팔자인가 보다.

    Q. 결과적으로 그게 지금의 당신을 좌우해버린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그게 발단이 됐지.

  • Q. 만약 요즘 같았다면 거짓말 했다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웃음) 그 당시를 종종 되새겨볼 때가 있나?
    15년 전인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고 여기까지 워낙 정신 없이 왔으니까. 확실한 건 내가 아까 말한 음악적인 음악가들과 나는 유리되어 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건 이런 까닭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음악을 좋아서 한다. 음악을 하지 않으면 죽을 거 같이 음악이 너무 좋아서 음악을 시작한다. 너무 좋아서 기타를 배우고, 건반도 배우고, 곡도 만들어보고, 그런데 그 곡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다 보니까 프로가 되고, 이런 거잖아. 그런데 내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음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음악이 고통이었다. 음악을 하다 보니까 음악을 기술적으로 들어야 되더라. 난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직업으로 삼고 나니까 그 즐거움이 사라지더란 말이다. 그래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걸 내가 왜 했나 싶을 만큼 너무 괴로웠다. 이런 점에서 나는 항상 스테레오 타입화된 음악가들의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음악을 시작할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음악을, 밴드를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싶어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다. 항상 그런 괴리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음악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벽을 느낀다.

    Q. 정말 음악을 위해서 자신을 매진하는 태도에 어울리긴 힘들다는 말 같다.
    그게 그 사람들이 음악을 대하는 대다수의 방식이니까 내가 특이하다고 봐야겠지.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누구나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 “그럼 왜 하냐?” (웃음) 그렇게 고통스럽고 싫은데 왜 하냐고. 그럼 정말 할말이 없지. 이번에 트레일러할 때도 사람들이 계속 즐기면서 하라는데 난 작업할 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작업은 글쓰기 밖에 없다. 정말 특이하지.

    Q. 어째서 글쓰기만큼은 즐길 수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뭔가 즐길 수 있는 작업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까.
    정말 놀라운 경험이지. 완전 쏘 해피다.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작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음악을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진다. 이제 6집에 들어가야 되는데 두려운 거다. 만약 더 이상 곡이 안 떠오르면 어떻게 하지? 사실 이런 두려움은 2집 때부터 갖고 있었다. 나는 15년 동안 내가 음악하는 사람이란 자각을 거의 못하면서 음악을 했기 때문에 항상 음악한다는 사람들과 있으면 괴리를 느꼈다. 어느 순간, 내일부터, 어쩌면 지금부터 더 이상 악상이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은 거다. 그리고 내가 만든 앨범들을 봐도 내가 만든 것 같지 않다.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그래서 6집은 잘 만들고 싶지. 정말 끝내주게 만들고 싶다. 

  • Q. 언니네 이발관이란 밴드의 역사가 시작하는 출발점이 된 첫 앨범은 국내 앨범 역사에서 명반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 정도 평가를 받을 거란 생각을 했나? 의외의 사실이 아니었을까.
    너무 명반, 명반하니까 민망한데. (웃음) 1집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만들었다. 하지만 뜻밖은 아니었다. 나는 1집과 2집이 나왔을 땐 난리가 날 줄 알았다. 막 100만장 팔리고 뒤집어질 줄 알았지. 그런데 너무 안 팔려서 완전히 실망했다. 오히려 5집은 한 삼천 명이나 살까 생각했는데 3만 명이 넘게 사버렸으니까 오히려 지금 더 희한하지. 왜냐면 데뷔앨범을 만들거나 2집 정도 된 아티스트들은 자신감이 이빠이 올라있는 상태다. 누구나 자기 앨범에 다 죽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와 다를 바 없었던 거지.

    Q. 오랫동안 악기를 다뤘던 사람도 아니고, 밴드조차 급조한 당신이,
    (말을 끊고) 아, 질문이 뭔지 알 것 같다. 그런데도 왜 자신감이 있었냐 하면 나는 그때 우리나라에 진짜 프로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거든. 카피밴드도 그렇고, 프로라 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하면 저렇진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내 밴드 경험이 일천하고 경험적인 소스가 많지 않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탱하게 해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자기 중심이 확고하다는 것이었고 좋은 음악이 무엇이다라는 확신이 내게 있었다. 어렸을 대부터 음악을 들어왔기 때문에 이미 누구보다 프로였고, 그걸 그대로 보여주면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쟤네들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에만 집착하는 애들이야, 이런 판단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로선 걔네들을 굉장히 무시하면서 시작하기도 했지.

    Q. 가게 운영까지 포기하면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바로 다음 앨범을 마지막이 될 거라고 말하는 뮤지션의 심정은 대체 뭔가?
    다음 앨범을 목숨 걸고 만들지만 그 앨범이 마지막이니까 그 다음의 노후대책을 위해서 지금 일단 장사를 계속해야 한다, 그럴 순 없지 않나. 그렇게 미래를 보면서 지금 작업에 올인할 순 없을 거 같다. 내일을 생각하면서 오늘에 올인할 수 없다. 무조건 사생결단하고 지금 이 작업을 어떻게든 잘 해내야지.

  • Q. 언니네이발관이란 밴드를 하게 된 것이나 집필 작업, 트레일러 제작까지, 어쩌면 이석원이란 사람의 오늘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서사는 우연에서 시작해서 필연으로 굳어진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만큼 계획적인 인생에 대해 염두에 둘 것 같진 않다.
    나는 너무 계획적인 사람이다. 매일 계획을 짠다. 다만 그 계획이 맨날 바뀐다. 그래서 지금의 계획을 짜는 거다. 오늘의 계획, 한 달의 계획, 일 년의 계획을 짜지. 사실 몇 십 년 뒤의 일까지 계획을 짠다고 되는 일은 아니니까 긴 미래를 염두에 둔 계획을 세운 적은 없다.

    Q. 결국 의도와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그 안에서도 의도와 다른 결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경험을 겪다 보면 차라리 무언가 기대를 하거나 특별한 예측을 한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생기지 않나?
    그건 아니지. 왜냐면 나는 어차피 우연히 좋은 일이 많이 생긴 놈이니까 그냥 가만히 있자, 이럴 수는 없잖아. 남들은 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팔자를 갖고 있다 해도 그게 나한테 왔을 때엔 분명한 계획이 필요하다. 책도 그렇다. 내가 책을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런데 막상 내게 된다고 했을 때는 계획적으로 간다. (…)

5집 발매 인터뷰 2

https://ksoundlab.com/xe/album100_interview/61007

  • Q. [꿈의 팝송]이 언니네 이발관에게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골수팬들은 3집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했는데요, 3집 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언니네 이발관은 나올 때마다 항상 그랬어요, 사운드나 연주가 갑자기 달라져있으니까 돌도 많이 맞았어요. 4집은 더해요, 4집에 대해 인터뷰하는데 기자가 팬이라며 공격적으로 질문하더라고요, 오버프로듀싱 아니냐고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3집 뿐 아니라 모든 작업을 할 때 같은 것을 답습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모든 앨범이 전부 다른 앨범이 되게 하려고 했고, 적어도 그건 성공한 것 같습니다. 1집 같은 2집, 전작 같은 신작을 바라는 팬이라면 저희의 신작을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 수도 있어요. 그건 3집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지난 앨범과는 항상 다르게 만들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겠지요.

    Q. 4집에서 팝적인 분위기가 훨씬 많이 나는데요. 팬들이 갖는 반응은 또 언니네 이발관이 변한 거 아니냐,멜로디는 참 좋지만 혹시 이게 오버그라운드, 메인스트림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닌가라는 혐의를 두는 것 같은데요.
    저를 아시는 분은 아는 이야긴데, 저는 메인스트림이 아닌 부분, 언더그라운드나 인디에 어필하고자 앨범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1집을 냈을 때도 그것이 인디라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질 줄은 몰랐지요. 그냥 좋은 앨범이라 생각하고 낸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1, 2집은 인디적인 마인드와 태도를 갖고 만들었다가 점점 3, 4집 가면서 메인스트림에 맞추려고 한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상업적인 결과로 놓고 본다면 전혀 인디에 관심이 없어요. 근데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제가 해낼 수 있는 음악이 우연히 이런 음악이었을 뿐이죠.
    사실 우리나라 메인스트림의 음악은 팝 하고는 많이 다르잖아요. 특정 앨범, 특정 곡을 “이번에는 좀 더 사람들 구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볼까.” 해서 만들 수 있다면 저는 아마 1집부터 그렇게 했을 겁니다. 사실 그 부분은 제가 갈증을 많이 느끼는 부분이에요. 아까 3집이 가장 히트 친 게 아니냐 하셨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상업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4집입니다. <순간을 믿어요>고, 하지만 저는 그 노래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분명히 언니네 이발관은 그런 메인스트림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층의 사람들에게는 뭔가 이질감이 있어요. 뭔가 있다는 것은 제가 아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Q. 그렇다면 언니네 이발관은 팬들이 앨범을 낼 때마다 많이 바뀌는 편인가요?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떤 팀이든지 자기를 지지해주는 골수팬이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에게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냐면, 저희는 그런 방식의 팬이 거의 없어요, 그냥 필요해서, 삶 속에서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희 노래에서 <생일기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생일을 축하하는 밝은 노래만 있는 상황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밝은 기분도 있겠지만 생일날 기분이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단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우울한 노래가 필요할 때 듣는 노래지요. “너의 인생이 너의 삶이 평탄하고 너의 마음이 평화로우면 ‘언니네 이발관’을 들을 일이 잘 없을 것이다.”라는 겁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출간 인터뷰

https://brunch.co.kr/@heartiste/27

  • Q. 이번 책에 실린 ‘결정되지 않는 삶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적어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을 위해선 하다못해 살이라도 몇 킬로 빼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쓰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에서 변화를 위해 작가님께서 노력 중인 게 있나요?
    제가 이렇게 글을 열심히 쓰는 이유도 내 남은 삶이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생각도 자주 바뀌고 뭔가 만들 때도 수정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제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수정하면서 어떻게든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고, 머물러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더 잘나가고 싶다는 차원이기보다는 이대로 계속 살고 싶진 않아요.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작가님께 ‘보통’이란 것도 좋은 건가요?
    보통이요? 좋죠. 저는 제가 아무것도 아니어서 행복할 때가 많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보통’은 ‘특별’의 반대말은 아닌 것 같아요. 잘나가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이라고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들도 공포를 갖고 있고, 빈곤한 부분이 있고, 결국 똑같은 사람이란 거죠. 보편적인 감정을 다 가진 사람이란 의미에서 ‘인간적인’에 가까운 표현이에요.

    Q. <보통의 존재>에서 38세에 자신이 보통이란 걸 깨달으셨다고 했잖아요. 그때가 더 성숙해지는 지점이었던 건가요?
    제가 미성숙한 면이 많아요. 책 속에서 제게 상담 자주 해주는 나리라는 친구에게도 평소에 핀잔을 가끔 들어요. 상담하는 내용이 몇 십 년 전과 지금이랑 똑같다고요. 내가 그냥 되게 평범한 놈이란 걸 깨달은 게 대단한 깨달음은 아니고, 남들도 대개 느끼는 것 아니었을까요. 어렸을 땐 대체로 자기가 특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시기들이 있잖아요. 언젠가 그게 깨지는 순간이 오는데, 저는 그게 약간 늦게 깨진 것 같고. 좀 더 미련을 못 버렸던 것 같아요.

보통의 존재 출간 인터뷰

https://ch.yes24.com/Article/View/15446

  • Q. 작년에 나온 5집 앨범 제목이 <가장 보통의 존재>였고, 이번 책 제목도 『보통의 존재』입니다. ‘보통의 존재’라는 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 책에서의 ‘보통의 존재’는 저이기도 하구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모두 가리켜서 한 말이기도 합니다. 특별함이라는 것이 세상의 소수만 누릴 수 있어서 특별한 거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이기도 하면서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Q. ‘솔직한 것이 나를 가장 멋있게 꾸미는 방법’이라는 말씀을 책 속에서 하시기도 했지만, 그게 사실은 힘들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우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마나 콤플렉스가 심했으면 그랬겠어요. ‘차라리 마음 편한 쪽을 택하자.’였던 거 같아요. 그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감추고 싶었던 것을 털어놨을 때의 해방감은 정말……. 어떤 부분에서는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니까, 그 후부터는 감출 수가 없게 돼요. 남이 물어보지 않아도 어떨 때는 먼저 털어놓게 될 때도 있고……. 감추거나 꺼림칙하거나 구속받게 되는 기분을 이제는 참지 못할 거 같아요.

    Q.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으셔서 그런지, 책을 다 읽으니까 마치 ‘내가 이석원을 잘 알고 있구나.’라는 착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은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털어놔서요.
    제 책의 「트루먼 쇼」라는 글에도 있는데, 저는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죽었을 때 진짜 세상이 열릴 것이다……. 사실은 쇼였고, 연극이었고, 이제부터 진짜 세상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끼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세상의 슬픔, 모순, 이런 것들이 정말 현실에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계속 가지고 살아왔거든요. 이게 정말 진짜라고 생각하면 못 털어놨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야, 다 비슷할 거야.’ 이런 생각 때문에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15494

  • “한 사람이 목숨을 던져도 자기 진심을 전하기 어려운 시대예요. 그만큼 편견과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을 음악 하면서 깨달았어요. 세상은 진정성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15년 전 수백, 수천 개의 그룹이 다 같이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 주위에 남은 친구들이 몇 없죠. 그들이 진정성이 없어서 떠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내인간 출간 인터뷰

https://ch.yes24.com/Article/View/23042

  • Q. 누군가 이석원 작가를 두고 ‘건조하게 희망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저한테 그런 구석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보통의 존재』 가 에세이였지만 거기에 있는 게 꼭 저라고 볼 수도 없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픽션이라고 생각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에요. 사적인 부분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제가 현실을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픽션으로 보는 부분이 있어서 이기도 해요. 독자들은 충분히 책 속의 사람과 저를 동일시할 수 있겠지만요. 희망을 건조하게 바라볼 때도 있는가 하면, 미치도록 간절할 때도 있어요. (…)

  • Q. 작품을 보다 보면, 문체가 작가의 성격과 굉장히 닮아 있는 경우가 있고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있어요. 작가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후자 쪽이 더 재밌지 않나 싶어요. 작품과 작가가 동일시된다면 그건 내 이야기이든 아니든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유명한 분이 『보통의 존재』 를 읽고서, 자기 인생의 획을 그었다면서 ‘자기도 이렇게 담담하게 살고 싶고, 이런 담담한 사람이 너무 좋다’고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안 만났어요.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슬기로운 음악 대백과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_Am_oIJvICQ

  • 완벽한 작품을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은데 여러 제작 요건이 있다보니 항상 어쩔 수 없이 미완의 작품을 내야했다. 5집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질의 앨범을 만들이 위해 노력했는데,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었다.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스튜디오, 엔지니어를 찾는 과정을 겪으면서 시간도 오래 걸렸다. 5집에서 원하는 부분은 명확했는데 자신히 바라는 만큼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열린 마음의 엔지니어를 찾아서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소통했다. 찾은 엔지니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열정으로 여러 버전의 믹싱을 시도해주었다. 효과를 다 걸어봤는데 최종 결과물에는 믹싱을 아무것도 안 걸었다. 가장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물이 가장 인위적인 시도 끝에 나왔다.

  • 창작자가 작품을 내는데 그것이 꼭 즐거움과 열정의 산물일 필요는 없다. 창작자가 그걸 괴로운 심정으로 만들었더라도 결과물을 즐길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괜찮다. 자신은 바라는 만큼의 음악적 재능이 없어서 성격적 집요함으로 근사치에 다다르려다보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 되는 작품은 되고, 안되는 작품은 안된다. 주최측의 완벽한 서포트, 완벽한 리허설을 하고 전날 가서 준비도 열심히 했다. 5집도 잘됐고, 큰 무대에 설 기회도 왔는데 소리를 담당해줄 엔지니어가 지각을 했다. 그래서 화를 내느라 목 상태가 안좋아졌고 무대에서의 모습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10년동안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왜 늦었을까. 그것은 우연이었다.

  • 무대에 서는 창작자는 사람이 뜨냐 작품이 뜨냐로 나뉜다. 사람이 뜨면 뭘 내도 상관 없다. 근데 이석원은 매번 좋은걸 내고 대중들한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앨범도 잘 됐고 책도 잘 됐지만 작가로서 성공하진 못했다. 그런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있는게 아니라 매번 증명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래서 한 순간도 안도할 수 없다. 성격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살아야하는 팔자다.


좋은 라이브 영상


이야기를 담아 곡을 만들어서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는 정말 멋진 것 같다.

좋은 음악, 좋은 작가를 알게되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