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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와 불평등

능력 있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하지만 이 《능력주의와 불평등》이라는 책은 능력주의만이 세상의 자본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넓은 시각을 제공해 준다.

능력에 따라 분배 받는다는 것은 정말 공정해 보인다. 본인이 능력에 따라 열심히 일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받아 간다는 것만큼 이치에 맞는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우리는 ‘시험’을 통해서 그 능력을 판단 받고, 그 성적을 통해서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한다. 또한, 누구나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고 시험의 응시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누구에게나 성공과 출세의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아주 다양하고 시험은 그 능력을 모두 평가할 수 없다. 시험에서 평가하는 것은 그저 회사가 원하는 능력의 정도일 뿐이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의 총량이 아니다.

또한, 사람의 능력은 상황과 성장 배경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 물론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그 사람의 배경요소는 배제된 채로 온전히 본인의 능력을 평가받게 되지만,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동일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출발점이 다른 달리기 경주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불공정한 달리기 경주의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줬어. 너도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이 책을 읽고 능력주의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나도 노력과 능력에 따라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능력주의 체제가 무조건 공정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혼란스러워진 기분이다. 이 책의 194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회의 기대와 지원으로 안정된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고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었다면,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능력주의 체제에서, 좋은 환경에서 자라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 운이 좋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므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사회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그만큼의 재화를 얻을 자격이 없다는 것일까?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상황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사회가 적어도 인간적인 삶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일까? 뭔가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과연 억울한 사람은 누구이고, 그 사람이 얼마나 억울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능력주의가 불평등하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능력주의와 불평등》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과제로 남겨줬다. 사회의 미래에 대한 문제은 너무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있어서 쉽게 풀 수 없는 것 같다. 혼란하다 혼란해..